이라크 선교를 향한 사랑의 중보와 정성어린 지원에 감사드리며 소식을 전합니다.


주의 은혜로


9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의 입국금지와 비 거주 사역을 위해 머물렀던 인접국 시리아의 정정불안으로 작년여름 이후 국경 넘어 이곳 안타키아(수리아 안디옥)로 넘어와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의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리며 오직 은혜로 그들 가운데 들어와 지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체를 보기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 이방인인 우리의 작은 사랑과 관심, 심지어 지나면서 건네는 가벼운 인사말까지 이들에게 있어서는 반가움을 넘어 적지 않은 기쁨과 신선한 충격까지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성경의 귀신들린 자처럼 우리를 큰 길에서부터 집 앞까지 끈질기게 따라오며 욕설을 퍼붓고 큰 소리로 저주를 해대는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야반지(외국인)라 소리 지르며 놀려대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주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이곳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오래된 빈집을 임대하여 새로 수리한 베드로의 집에서 여러 무슬림 가정들을 만나며 주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셨고 사랑과 기도로 보내주신 깨끗한 물질로 작은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전달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베풀었던 것 보다 더 큰 도움과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모두 주님의 은혜라 여겨집니다.


난민으로 산다는 것


전쟁이후 수백만에 달하는 이라크 인들이 주변국에서 비자를 비롯한 여러 민생고에 시달리면서 그동안도 눈물나는 난민생활을 견디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이곳 터키-시리아 국경지역인 안타키아로 넘어와 지내기 전 저희가 잠시 머물렀던 시리아에서도 백만에 달하는 이라크 인들이 난민신세로 지내며 깊은 향수병과 함께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비롯한 고달픈 타향살이를 여러 해 동안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리아로 넘어온 이라크인 난민들에 대해 이라끼? 하며 불쌍히 대하던 시리아 인들도 터키인들로부터 쑤~리? 하며 비슷한(정확히 조금 더 못한) 취급을 받으며 국경을 넘어와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난민취급을 받으며 터키 집주인들로부터 턱없이 비싸고 불리한 계약조건에도 아무 말 못하고 고개 숙이고 물러나는 시리아인을 보면 마음이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누가 봐도 동양인인 저희에게까지 쑤~리? 하며 눈 흘기며 비꼬는 투로 무시해 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저의 구리 빛 피부와 턱수염, 아랍어 사용 때문에 아랍사람으로 착각해서 그러나 생각도 들고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어차피 이라크 전쟁이후 그들처럼 난민취급 받으며 지내온 터라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다 싶기도 해 그냥 무시를 당하곤 합니다. 동등했던 사람들이 한 순간 변한 나라상황 때문에 서로를 차별하고 겁 없이 깔보고 무시해 대는 모습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며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되고 한번씩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깊은 자문도 하게 됩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너무도 빨리, 영악하게 돌변하는 인간들을 대할 때마다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만이 결국 마지막 열쇠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난민들과 이라크 사역 비 마련을 위해 매일 두 끼로 절식하며 지내고 있지만 내 배 부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향해 주의 마음으로 측은지심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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