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사
故 강희점 선교사님 안장예배를 마치고..
당신과 내가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던 두 개의 성경 구절을, 이제 당신의 영정 앞에서 다시금 읊조립니다.
누가복음 4:18~19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예레미야애가 3:22~23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이 말씀은 언제나 우리의 사명을 일깨워 주었고, 주의 은혜 속에 살아가게 했던 생명의 말씀이었습니다.
1980년 11월 22일, 당신과 내가 백년가약을 맺은 날로부터 어느덧 44년이 흘렀습니다. 백 년도 부족할 만큼 짧게 느껴지는 우리의 세월이었지만,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여한 없이 살았노라 고백합니다. 우리의 충만함은 물질적 풍요나 안정된 생활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집 한 채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노마드적 삶을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함께 걸은 그 여정이 곧 우리의 집이었고, 우리의 부유함이었으며, 당신과 나를 행복하게 한 전부였습니다.
34년 전(1991년), 어린 자녀들과 함께 미지의 땅, 필리핀으로 떠나던 날이 떠오릅니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장모님이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혀를 차시며, 딸과 손주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이 생생합니다. 그때 당신은 나를 따라 어디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 선교사의 길도, 그 오랜 사명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혼 44년 동안 거의 매년 이삿짐을 싸고 풀면서 우리는 이사를 했습니다. 당신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안식처를 소유하지 못했지만, 당신과 가족이 함께한 그 여정이 바로 당신의 둥지였고, 당신의 거처였습니다. 나의 가난이 당신의 가난이었고, 나의 영광이 당신의 영광이었으며, 나의 고통이 당신의 고통이었습니다. 우리는 죽으나 사나 한 몸, 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남편과 함께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기쁨을 찾았던 당신이었습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나 또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경험했고, 가난한 자에게 생명 복음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당신은 아픈 이들을 품었고, 가난한 자들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 같았으나, 실상 모든 것을 가진 자의 삶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일생 아침 식탁에서 부르던 찬송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이 찬송은 광야를 걷는 우리의 고백이자 감사였습니다. 주의 성실과 자비를 생각하며 늘 풍성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았습니다. 이제 그 식탁 맞은편에 당신이 없는 빈자리를 보며, 이 외로움과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못다 한 이 땅에서의 사명을 내가 채우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당신은 나에게 하나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복덩어리였고, 우리가 섬긴 선교지의 사람들에게는 축복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을 통해 열방이 복을 받으리라는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증거합니다. 이제 더 이상 눈물과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는 하나님의 위로를 소망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보, 나와 함께 걸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한 안식처로 당신을 보내는 이 순간,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