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계절은 단연 봄인 것 같습니다. 매일 피고 지는 다양한 꽃들과 다채로운 향기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나뭇잎들의 녹음이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숨결로 한껏 느끼며 흐뭇한 마음을 저절로 갖게 합니다.
산세가 높고 험해서 차로 십 분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낮은 곳에서 10일 전에 피고 진 꽃들이 높은 곳에서는 비로소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희 크즐키야 시내의 태권도 체육관에 나오는 아이들이 아주 다양한데, 그 중에는 택시로 20~40분 떨어진 곳에서 통학하는 어린 학생들도 5 명 정도 있고, 지난 4~5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들과 아이들이 태권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저희 체육관이 워낙 작아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어 작은 규모로 여러 반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은 매주 새로 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아직은 고등학생인 아이들을 사범으로 훈련하며 세워 가고 있습니다.
터어키 사립학교 싸빳 리쩨이에 태권도를 보급한 지가 벌써 2년이 되어 가고 있고, 너무 바쁜 일정들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서 고등학생을 사범으로 세웠더니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은 제가 가서 지도해 주기로 했습니다.
크즐키야에서 산쪽으로 자동차로15분,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에 쿨라토프(Kulatov)라는 아주 길고 큰 마을이 있는데, 거기에 중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아주 작은 학교(쿠다이베르디-하나님께서 주셨다는 뜻)가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크즐키야로 4년 동안 태권도를 하기 위해 통학하는 부모의 요청으로 지난 40년 가까이 방치된 학교 지하실을 제공받아 수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너무 바빠지는 매일의 일과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사람들을 잘 훈련하여 세우는 일인데, 다 아시겠지만 제대로 된 사람을 훈련하여 세우는 일이 그렇게 쉽지도 않고 빠르게 되는 일도 아니라서 많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쩼든 K국에서의 지난 20년 세월 동안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세웠던 제자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난 날들의 수고와 숱한 역경들, 땀과 눈물이 조금은 보상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놀라운 능력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K국 남부 여러 도시들에 세워진 사범들, 한 때는 잠시 배반하고 떠났던 이들도 있었지만,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고 돌아와서 더 겸손해진 모습으로 함께 일하게 되어 감사하고, 매달 태권도 대회를 함께 치르며 자주 만나 교제를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4월말부터 6월초까지 매 주말마다 있게 되는 태권도 대회들과 승급심사, 승품단심사로 정신없이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고 나면 소속사의 전체 수련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여 잠시 쉼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보자들이 많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담이 많아 국제대회에는 아주 소수의 아이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다음주에는 두샨베 오픈 태권도대회에 참석하게 되고, 오월에는 비쉬켁 태권도 대회에도 참석하게 됩니다.
너무 많은 일들과 바쁜 일정에 그 어떤 일들보다 중요한 인간관계를 좀 소흘히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돕고 있던 장애인 가정 방문을 한 두 달 하지 못해서 모든 일을 제쳐두고 찾아갔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전에 항상 하던 기도를 안 하고 일어서서 나오려고 하는데, 그 분이 먼저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이 가정을 위해 일하고 계셨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한 분은 결국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가정에 뿌려진 복음이 많은 결실을 맺기를 소망합니다.
이 땅에서 살면서 지난 20년 동안 배운 것은 무조건 인내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구타를 당해도 참아냈고, 비자를 받지 못한 그 숱한 시간들을 참아냈고, 제자들이 배반해도 참고 기다렸고, 추방을 당해서 자주 이 땅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했던 세월도 견디어 냈습니다.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착하고 충성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애를 태우며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하나님의 은혜 베푸심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K국 남부지역의 태권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큰 결과를 낼 수 있도록
- 바쁜 일정들을 잘 감당하고, 두샨베, 비쉬켁, 오쉬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 수련생 부모들과 학생들 모두와 친밀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 주찬, 주진, 주영 세 자녀가 모두 하나님께 자신을 헌신하여 드리고, 하나님의 손에 의해 잘 준비되어 쓰임을 받도록
- 세워진 형제자매들의 믿음이 굳게 세워지고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담대히 주님을 섬기도록
크즐키야에서 죤과 안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