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체에게 먹을 것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편 136:25)
가마르조바! (안녕하세요!)
기도와 지원에 감사드리며 저희 가정 소식을 전합니다.
전 세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인접한 이곳 코카서스 지역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A국의 육로국경 봉쇄조치는 3년째로 지금도 계속 연장되고 있으며 이곳 G국과 인접 A국의 도심 거리에는 강제징집을 피해 탈출해 나온 러시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변이와 독감 그리고 인플레와 급등한 물가로 인해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변방의 이 작은 나라들을 피난처로 삼아 몰려 들어오는 바람에 고물가와 성수기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특수상황을 함께 맞고 있습니다. 고물가 여파로 인해 도심지역의 생활비, 거주비 급등으로 저소득층 가정들은 점점 변두리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큼 다가온 겨울의 문턱에서 빼치카(난로) 땔감을 비롯해 생존을 위한 저소득층 가정들의 준비와 수고로움이 한창인 요즈음입니다. 저희도 한국 식재료를 구경하기 힘든 이곳에서 작년처럼 겨울나기와 생존력 확보를 위해 여러 자구책을 시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곳 산지에서 재배한 노란 콩을 이용하여 청국장과 두부, 비지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고 러시아산 녹두로 숙주나물까지 길러 수제 만두 재료로 사용해 냉동 저장하여 겨울철 양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제와 여러 가지 불확실한 여건들로 모두에게 힘겨운 겨울이 예상되지만, 전쟁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정들의 처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게 해 주시고 측은지심의 사랑으로, 소망과 인내로, 하늘 구원의 믿음으로 끝까지 함께 잘 이겨나갈 수 있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G국 언어 습득을 매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엔 정식 언어학원이 없기에 아침, 저녁 시간과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기회들을 이용하여 공용어인 카르툴리와 아자리야 방언을 계속해서 익혀나가고 있습니다. 2천 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지닌 언어답게 약속된 문법적 규칙들과 단조로움도 있지만 현란한 격변화와 방언 등 활용에 있어선 아직 다채로운 낯선 소리로 들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세월의 영향으로 이전 같은 체력과 기억력이 잘 따라주지는 못하고는 있지만, 흥미를 놓치지 않고 매일 학습된 것들을 노트하고 반복해서 부부가 서로 나누고 확인해 가면서 보완하고 나름 재미있게 익혀 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기와 지식의 언어를 넘어 이들의 마음과 정서와도 평화롭게 소통될 수 있는 사랑의 언어로 습득해 나아갈 수 있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결혼 30주년을 기념하여 신혼여행 때처럼 한라산 등반을 함께 하려고 계획했으나 사정이 생겨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곳 아자리야 산지 무슬림 마을들을 찬찬히 둘러보는 시간을 더 세심하게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과거 오스만 이슬람제국의 영토였던 이곳에 광범위하게 퍼져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 가정들은 정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소수에 불과하나 저희가 지내고 있는 자치지역에서만큼은 인구의 40%에 가까울 정도로 넓고 깊은 산지 지역에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그동안 산지의 마을들을 직접 발로 답사해 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먼 거리 발품을 파는 수고를 해야 만나 볼 수가 있다는 것과 인내심을 갖고 깊은 마음으로 이들을 대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친밀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가족과 마을 중심의 폐쇄적인 모습을 취하며 문명의 중심으로부터는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 분포하여 살아가고는 있으나 이방인에게 기꺼이 길을 알려주고 차를 태워주며 집안으로 초대하여 대접하며 환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심성만큼은 하늘의 구원 은총을 받기에 우리와 차별이 없을 것이란 감동을 주고 어느 이슬람 국가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투박함과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매일의 건강을 내려주시고, 마르슈룻(미니버스)이 오전 오후 마을 인근까지는 오가며, 구글맵이 작동하는 곳이 많아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생각보단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재앙과 총체적 변화와 시련의 때를 맞은 지금, 하늘의 기적 같은 은총과 멀리서 기도해 주시는 덕분에 코카서스의 변방인 이곳에서 조상 때부터 산지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 가정들을 새롭게 만나고 그들에게 매일 다가가고 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의 답사일정과 다음 단계 사역을 위한 베이스 개척이 순조로울 수 있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남은 한 해의 시간도 하늘의 은총과 평안 가운데 보내시길 함께 빌겠습니다.
2022년 11월 아자리야에서
장OO, 송OO 가정 드림
< 기도 제목 >
- 재앙과 시련의 때에 겸손함과 지혜로 하늘의 뜻을 잘 깨닫고 살도록
- 아자리야 산지 무슬림 마을들에 대한 답사와 베이스 개척을 위해
- 언어(카르툴리, 아자리야 방언)의 진보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 코로나 후유증(장 선교사의 호흡기와 면역력) 극복과 강건함을 위해
- 아들(한)의 석사과정 마무리와 건강한 직장생활, 결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