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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케이 단상
나의 사랑 나의 부모님
주아랑(대만 주석규 정양순 선교사님 장녀, 한동대학교 재학중)

근 1년 사이에 나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정확한 병명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증상만은 뚜렷하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과 관련된 단어나 이야기 혹은 그러한 영상만 보아도 가슴이 아려오는 것이다. 지금의 이상한 병 때문일까? 지난 주 채플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물집이 생기고 거칠어진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영상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소리 없이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을 뿐이다.
아마도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지낸 것이 작년 여름부터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에도 학교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까닭에 기숙사에 살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예 거주하는 국가가 다르지는 않았다. 지역적인 거리 차에서 국가적인 거리 차로 그 차이가 몇 십 배가 된 만큼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덩달아 커진 듯 하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부모님과 자녀가 다정하게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예전에는 전혀 소중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부모님과의 일상적인 일들 하나하나가 이제는 모두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부모님과 식탁을 마주 대하고 밥을 먹는 일, 부모님께 투정 부리는 일,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가던 일, 아빠의 등을 주물러 드리던 일 등등... 지금의 내게는 모두가 소중하게만 여겨지는 일들이다.
어쩌면 이런 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유치원생도 아닌 대학생이 뭘 그렇게 부모님을 그리워해?” 라고 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생인 내가 그토록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나의 부모님이 선교사이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앞으로 선교사로 살아가시는 부모님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나는 학업과 취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많이 바빠지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대만에 계신 부모님께서 특별한 선교적 목적 없이 한국에 오시는 일도 거의 없으실 것이다. 어쩌면 정말 몇 년에 한 번씩 부모님의 얼굴을 뵈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른 여느 일반 가정에서도 자녀가 대학생이 되고 일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가정이라면 적어도 명절 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 함께 모여 축하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명절이나 혹은 어버이날과 같은 특별한 때에도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교사이신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MK(Missionary Kids)로서 살아가야 하는 나의 삶에 대해 회의적으로 느낀 적은 없다. 단지 인간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부모님을 향한 자식으로서의 애틋한 마음일 뿐이다. 어쩌면 내가 이토록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동안 부모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랑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주신 것도 부모님이시고, 내가 지쳐있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신 것도 나의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크고 값진 선물이자 나의 삶에 있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나는 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내가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앞으로 나는 나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혼자의 힘으로 내리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부모님께 투정부리고 짜증내던 철부지 모습을 벗어버리고 부모님의 마음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무척 가슴 아프지만 지금의 이 시간조차도 내가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철없던 아이의 모습은 온전히 다 벗어버리고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어서 빨리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떨어져 있어서 더욱 더 애틋한 그 이름. 나의 사랑 나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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