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미션 SIERRA-LEONE시에라리온
최철호_김두향(수현, 수빈, 사라) 선교사 기도편지
샬롬!!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전도서 7:14a)
코지족에게 지난 성탄절 이후의 시간은 힘들고 더디 간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선교사는 그 시간을 떠올리며 ‘그 때에는 선교지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의 전도서 말씀처럼 형통한 날과 곤고한 날을 병행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곤고한 날에는 충분히 슬퍼하면서,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면, 하나님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이 기쁨이 시에라리온 이곳만 아니라 모든 후원자님의 가정과 섬김 위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일상스케치
ㄱ.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했던가!: 서아프리카에서 악명 높은 말라리아가 드디어 코지족을 찾아왔습니다. 선교지 입국 초기부터 말라리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둘째 수빈이는 가정예배 때마다 가족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간절한 기도가 통했기 때문인지 가족들은 한 번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고, 그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 대적기도(?)가 가정예배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난 1월 말부터 수빈이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습니다.
지난 기도편지에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성탄절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지족을 휩쓸었습니다. 코로나로부터 회복될 즈음 떨어진 면역력 때문인지 말라리아가 다시 코지족을 덮쳤습니다. 말로만 듣던 말라리아의 고통은 최선교사의 체험 상 코로나의 1.5배에 가까웠습니다. 극심한 두통을 동반한 근육통, 관절통, 고열과 오한으로 아이들부터 저희 부부까지 고생이 심하였습니다. 현지인들은 코로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에게 너무 익숙한 말라리아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정도는 무리하지 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선임선교사님의 조언에 힘입어 지금 코지족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걱정만 끼쳐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ㄴ. 내 탓입니다!: 중고차는 어쩔 수 없이 고쳐서 타야 하는 운명입니다. 정비소에 차를 맡기면 언제 차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하기에 최선교사는 근처 커피숍에서 큐티를 할 요량으로 핸드폰, 태블릿, 키보드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가지고 정비소로 향하였습니다.
커피숍에서 은혜롭게 큐티도 마치고 커피 한잔의 여유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마칠 시간이 되어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최선교사는 오까다(영업용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들 학교에 갔습니다. 코지족의 친구 유수프(Yusuf)를 호출해서, 그의 께께(영업용 자동차)에 아이들을 태웠습니다. 아이들이 정비소가 아닌 집으로, 유수프와 함께 가겠다고 하는 말에 최선교사는 아이들과 자신의 짐까지 그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최선교사는 정비소로, 유수프는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도착할 즈음, 김선교사는 손님의 길 안내를 위해 집 밖에 있었고, 김선교사를 지나쳐 유수프와 아이들이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이들이 하차한 후 유수프는 돌아갔지요. 그런데 최선교사가 차를 고쳐서 집에 돌아와 보니, 최선교사의 짐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유수프를 즉시로 찾아가 따져 묻기도 하고, 위치를 추적하여 전자기기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기도 하였습니다. 유수프는 자신의 차에 최선교사의 짐을 싣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여러 정황과 아이들의 증언에 따른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경제적인 손실을 떠나서 이 일은 선교사 부부에게 심각한 충격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현지인을 너무 믿지 말라는 선임선교사님의 충고가 생각났습니다. 현지인을 향한 원망과 미움으로 괴롭기도 하였습니다. 최선교사가 기도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데 ‘내 탓입니다!’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시에라리온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립니다. 현지인들이 길거리에서 먹는 일반적인 식사가 7,000레온(800원) 정도 하고, 정부에서 정한 최저월급이 60만레온(7만원) 정도 합니다. 하지만 유가는 리터당 15,000레온(1,700원)이고, 생필품 가격 또한 유가에 맞춰서 급등하다 보니, 늘 생존을 고민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입니다. 만일 이런 삶의 자리에 내가 있다면, 상황이 맞으면(보는 눈이 없으면), 나도 얼마든지 같은 짓을 하고도 남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지족의 친구 유수프에게 이런 시험거리를 제공한 잘못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리어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서 현지인들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 주셨고, 그들을 향한 긍휼한 마음을 새롭게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탓입니다!
ㄷ. 침대는 전쟁터: 모기장 없이는 살 수 없는 곳이 시에라리온입니다. 모기장을 설치하더라도 모기에 물리지 않기란 불가능하지요. 어쩔 수 없이 모기와의 불편한 동거는 감수해야 합니다. 어느 날 수빈이가 와서 자기 침대에 벌레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먼저 수빈이의 몸을 살펴보니 이곳저곳이 벌레들에게 뜯기고 물려서 붓고 상처가 생겼습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너무 긁어서 상처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수빈이의 팔 다리를 보니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수빈이의 침대를 조사해보니 모기의 소행은 아니고, 베드버그(빈대)라는 녀석이 침대 구석에 알을 까놓았고, 수 마리의 성체가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모기약을 수차례 뿌리고, 침구와 모기장을 세탁하고, 침대와 매트리스를 일광소독하였습니다. 이제는 됐겠지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베드버그는 또 출몰하였고, 수빈이의 침대만 아니라 사라와 저희 부부의 침대까지 발견되었습니다. 온 집을 다 뒤집고, 다시 세탁과 소독을 반복하였지만, 이 녀석의 생존력은 부부선교사의 항전의지를 상실케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방법을 알지 못해 좌절하던 중, 인터넷에서 베드버그가 열에 약하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애물단지처럼 보관만 하고 있던 휴대용 스팀다리미를 꺼내서, 베드버그가 있을 법한 곳을 모두 다림질 하였습니다.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 하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더 이상 베드버그가 없습니다!
ㄹ. 록베리(Rogberi) 교회 방문: 록베리는 프리타운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아부(Abu) 목사님은 이곳에서 교회와 초중등학교를 섬기고 있습니다. 교회와 학교를 위한 우물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아부 목사님의 사역현장을 리서치하기 위해 코지족이 록베리를 방문하였습니다. 우물사업은 순조로웠고, 아부 목사님의 사역은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교회들은 사역자들이 떠나고, 건물들은 부서지고, 교인들은 흩어진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교회로서 더 이상 기능하지 않고, 마을을 위한 학교로 전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건물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는 말처럼,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ㅁ. 오늘은 수업 없는 날!: 한번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왔는데 얼마 있지 않아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가파른 유가상승 때문에 타운에서 시위가 일어났는데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시위와 수업이 무슨 상관이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다시 학교로 가서 아이들을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레바니스(Lebanese) 스쿨입니다. 그동안 시위가 일어나거나,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 외국인들은 빈번하게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조그마한 시위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을 포함하여 시위대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집의 아이들만 학교에 등교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의 분위기가 왜인지 흥겹습니다.
ㅂ. 소중한 수도꼭지: 건기의 한복판에 들어서자 갑작스럽게 단수가 찾아왔습니다. 저수지에 저장한물을 우기가 오기 전까지 아껴서 공급하기 때문에 3-4일에 한 번씩 물을 줍니다. 게다가 저희 집은 산동네에 위치하고 있는데, 건기에는 수압이 약해서 지붕 위 물탱크에 물을 채울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탱크로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합니다. 그래서 철저히 물 사용을 줄여야만 하기에, 빨래도 한 번만 행구고, 화장실도 세탁 후 남은 물을 바가지로 떠서 사용합니다. 물이 말라버린 수도꼭지를 보니,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5월 말부터 시작되는 우기가 몹시도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ㅂ. 부부 이야기: 매일 아침 7시 10분 아이들의 등교가 시작됩니다. 최선교사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면, 부부가 함께 큐티를 하고, 골방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오후 2시 15분에 아이들이 하교를 하는데, 최선교사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옵니다. 아이들에게 잠시 자유시간을 준 후, 아이들이 4시부터 그날 배운 학습내용을 복습합니다. 이때 부부 선교사가 하나씩 맡아 학습을 도와줍니다. 저녁을 먹기 전 부부 선교사는 언어(영어 및 크리올)를 공부하고, 집안 일을 합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코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때로는 뜨거운 찬양으로 부흥회가 열리기도 하고, 풍성한 말씀 나눔으로 사경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8월에는 수빈이가 언니가 공부하고 있는 세네갈로 떠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막내 사라도 떠나게 되겠지요. 아이들이 독립하여 엄마아빠의 품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습니다. 한 달 여를 가족들이 질병으로 아팠기 때문에 김선교사가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틈이 나는 대로 유투브를 켜놓고 홈트레이닝을 합니다. 함께 하자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하지만 최선교사는 매일 물 나르는 게 일이라며, 더 이상의 운동은 필요하지 않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ㅅ. 자녀들 이야기: 수현이는 11학년인 만큼 대학진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5월에는 첫 번째 모의 SAT(미국식 수능)를 봅니다.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서 SAT학원을 다녀보고 싶다고 합니다. 똑 부러진 성격에 맞게 수현이는 정치외교나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합니다.
수빈이는 작년 한국에서 초등검정고시를 보았습니다. 작년 11월 검정고시 성적을 가지고 언니가 다니는 세네갈 학교에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에 자리가 없어서 한 학기를 시에라리온에서 보내고, 올해 8월 세네갈로 가게 됩니다. 수현이는 중3 때 세네갈에 갔는데 수빈이는 중2 때 갑니다. 점점 아이들의 독립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매일 티격태격 하던 언니가 세네갈에 가면 사라는 무척 심심해지겠지요. 책임감이 강하고 해야 할 일은 꼭 해내는 성격의 사라는 학교생활과 학습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먹는 일을 즐기고 건강체질의 아이라 코로나와 말라리아도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여러분의 중보기도를 요청합니다!
- 세네갈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현이가 건강하게 하시고, 대학 진학의 길을 인도해 주소서.
- 수빈이와 사라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영어로 학습하는데 잘 따라갈 수 있게 지혜를 주소서.
- 시에라리온 정치, 경제, 사회, 치안이 안정되게 하소서.
- 시에라리온 교회와 목회자들, 선교사들을 성령으로 이끌어 주소서.
- 파송교회와 후원교회들, 후원자들에게 하늘 소망으로 함께 하소서.
- 4월 17-18일 시에라리온 북부 미션트립이 잘 준비되게 하시고, 예비하신 영혼들을 만나게 하소서.
최철호_김두향(수현, 수빈, 사라)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