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심장:누가복음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지음/이레서원
서승학 선교사(바울선교회 사무국장)
내가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접했을 때, 내 심장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내 심장에 기도의 불꽃이 타오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샀습니다. 기독교 문서 가운데 ‘기도’라는 주제를 다룬 책만큼 더 많이 출판된 책들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저자는 ‘단일주제’가 아닌 누가복음 전체의 말씀에서 예수님의 기도를 그분의 구원사역과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며, 기도가 어떻게 예수님의 생애의 시작과 끝, 그리고 전 과정을 이끄는지, 기도가 어떻게 우리의 삶과 사역에 심장이 될 수 있는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자 크레이그는 캐나다 리디머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 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책 외에 한국 독자들에게 「엑설런트 프리칭」, 「잠언 바로 읽기」, 「세계관은 이야기다」, 「성경은 드라마다」(공저) 등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중심인 기도를 통해서, 저자는 제자들이 '미시오 데이' 곧 하나님이 행하시는 선교 운동의 중심에 서도록 부르심을 받았으며, 우리에게는 이 '선교시대'에 어떻게 능력 있는 선교사의 삶을 살 수 있을까?를 도전합니다. 누가의 대답은 '기도'를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로 선교사의 확실한 표지는 '기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기도로 관통하는 누가복음은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납니다. 예수님은 사역하시는 동안에 '일곱 번'의 중대한 시점을 맞게 되는데, 이때 예수님은 기도하셨습니다.(3:21, 5:16, 6:12, 9:18, 9:28-29, 11:1, 22:41) 세 공관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이 공적인 사역을 행하시다가 기도하러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시곤 했던 모습을 언급 (5:16, 마 14:23, 막 1:35) 하고 있는데, 누가는 다른 복음서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도를 전면에 배치합니다. 실로 누가복음에는 기도가 깊이 젖어 있습니다.
누가는 사가랴가 분향하러 지성소에 들어갔을 때, "모든 백성은 .... 밖에서 기도하고 있었다"(1:10)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마리아의 찬가는 구약의 어휘들로 가득 찬 위대한 찬미의 기도(1:46-55) 였으며, 예루살렘 성전의 의롭고 경건한 성령의 사람 시므온을 기도의 사람(2:29-32)으로 묘사하고 있고, 여선지자 안나는 주야로 금식하며 기도하며 섬기는 사람(2:37)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와 마가는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강림하신 일과 하늘에서 음성이 들린 일을 기록한 반면에, 누가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여 예수님이 기도하신 일까지 언급합니다.(3:21-22) 곧 예수님이 기도하신 바로 그 순간에 하늘이 열리면서 성령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임하셨고, 성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받으실 때, 하늘의 문을 열게 만든 것은 바로 그분의 기도였다고 합니다.
마태와 마가는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파송하면서 그들에게 악한 영을 내쫓고 병든 자를 고칠 권세를 주신 일을 기록하는데, 누가는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부르신 일을 기록하면서도 기도를 언급합니다. "이 때에 예수께서 기도하시러 산으로 가사 밤이 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6:12) 이것은 선교사역은 기도 없이는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처음부터 기도에 토대를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9:18-20)에서 마태와 마가, 누가 사이에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오직 누가만이 예수님이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제자들에게 던지기 전에 '따로 기도하셨음'을 언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베드로는 그분이 '하나님의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합니다.
마태복음에서 주기도문은 산상설교의 일부분이지만, 누가복음에서는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주기도를 가르치셨으며, 끈기 있게 기도해야 한다는 교훈도 하셨습니다. 마태와 마가, 누가는 모두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로 씨름하신 일을 이야기하는데, 이 세 복음서 기자는 모두 그 일이 있기 직전에 예수님이 베드로의 배신을 예고하신 일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이때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주신 보증의 말씀을 기록한 것은 누가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22:32) 여기서 기도는 예수님의 큰 사랑을 드러내는 표지 역할을 하는데, 예수님은 베드로가 변화되기를 요구하지 않으셨고, 있는 모습대로 사랑하셨으며, 베드로는 그 사랑을 통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될 힘을 얻었습니다. 마태와 마가는 십자가에서 달리신 예수님이 버림받은 고통으로 부르짖으신 것을 기록하고 있는데, 오직 누가만이 그분의 마지막 음성은 바로 기도였음을 기록합니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23:46) 그리고 역시 누가만이 예수님이 앞서 드린 놀라운 중보 기도를 기록합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23:34) 제자들에게 원수들을 위해서까지 기도할 것을 말과 본보기로 가르치셨던 예수님은(누가의 글에만 기록된 것처럼)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을 위해 친히 그렇게 행하신 것입니다.
마침내 누가복음은 기도로 끝이 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쁨에 차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제자들의 무리를 만납니다. 그들은 사가랴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던 바로 그 성전으로, 하나님을 찬송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합니다.(24:52-53) 하지만 그들은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아야 했습니다. "예수께서... 손을 들어 그들에게 축복하시더니."(24:50)
누가의 두 번째 책, 사도행전이(행1:1-2) 제자들을 통한 '성령행전'이라면, 그의 첫 번째 책인 누가복음은 예수님을 통한 '기도행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도와 성령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기도를 떠나서는 누가복음도, 성경 전체도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과 기도는 하나님의 생명과 선교에 동참하도록 초청하는 성령의 부르심이며, 하나님과 교제로서 기도는, 우리로 하여금 능력 있는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친히 주신 방편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