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93.12.06] 해가 서쪽에서 뜬다

by 관리자 posted Sep 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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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에서 뜬다
브라질에서 들은 말이다. 서쪽에서 해가 뜬단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고만 믿어온 동양인에게는 우습기 짝이 없는 혀를 찌르는 말이다. 남미는 우리 한국과는 모든 것이 정반대다.여기가 낮이면 저쪽은 밤, 여기가 여름이면 저쪽은 겨울이다.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말이 아님을 알면서도 철칙처럼 믿어온 우리로는 신조가 무너진 느낌이다. 분명 세상은 내가 아는 상식에 정반대 질서가 있음을 알았다.저편의 질서 : 어거스틴이 한번은 제자 레라를 불렀다.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으니까 화가 난 김에 제자의 방을 노크도 없이 방문을 잡아 당겼다. 순간 깊은 기도에 잠겨있는 레라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기의 경솔함과 오만스러움을 통회하면서 제자 앞에 엎디어 목을 내밀었다. “제자여 이 교만한 어거스틴아! 하면서 목을 세 번만 밟고 넘어가라”고 소리쳤다. 잠시 실수한 것이지만 겸손과 통회함으로 제자의 용서를 철저히 철저히 빌었다. 선생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라는 제자의 질문에 프랜시스는 “나는 죄인이다.”라고 답변했다. 세상에는 풍악한 인간들이 많은데 왜 죄인이라고 합니까? 하는 재차 질문에 “세상에 악한이 적지 않지만 내가 받은 은혜를 저들이 받았다면 나보다 만 배를 더 구주를 사랑하고 봉사했을 것이다. 내 어찌 그들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하며 눈물을 흘렸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이들의 겸손과 성광(聖光)에 세상은 치유 받고 있다.서울 양화 진에 있는 외국인 묘지에는 이 땅에서 선교하다가 묻힌 선교사들의 무덤이 있다. 그 간단한 비문들은 우리를 감동케 한다.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해도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습니다.“(캔드릭)”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는 것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합니다.“(헐버트) ”섬기러 왔다“란 묘비를 남긴 아펜셀라는 폭풍이 몰아치는 목포 앞바다에서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다가 익사하여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빈 무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1886년 병인년의 천주교 박해대는 9명의 신부와 7000명의 신자가 이곳 양화 진에서 순교했었고 한강의 백사장이 목 잘린 신자들의 피로 발갛게 물들었다고 한다. 분명 세상 사람들은 아니다. 저 편이 조항서 그 질서를 예수처럼 추종한 사람들이다.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감당치 못할(포용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늘 고향 쳐다보고 세상에서는 나그네처럼만 사는 사람들, 철저히 권리를 포기하고 의무만 찾는 사람들, 좌석을 양보하고 입석을 택하는 사람들, 최첨단 과학 사회에서도 불편하게 사는 사람들, 지금도 전기를 쓰지 않고 옛날 생활을 고집하여 신앙을 고집하여 신앙을 강하게 하는 미국 랜카스타에 사는 아미쉬들(기독교일과 지금도 전기를 쓰지 않고 차를 타지 않고 마차만 이용한다), 궂은 자리에서 봉사만 하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총회장되고 이사장 되고 탐내는 자리에 다투어 앉고 허세부리는 사람들을 보고는 참 이상하다고 웃기만 하는 멍청이 같은 사람들, 밤마다 제단에 엎드려 울부짖는 울음꾼들, 겨울에도 돈 아끼느라 냉방에 잠자면서도 선교비는 뭉칫돈 내놓는 얼빠진 사람들, 지식을 모두 주님께 바쳐 제 팔자 생각 안 하는 바보 어머니들, 죽어야 산다는 스승의 말씀 따르려고 기를 쓰며 희생만 하려는 적자 인생들-분명 이들은 바보들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바보, 하늘의 바보들이다.해가 서쪽에서 뜬다하면 동양에서는 낙제 점수이지만 남미가면 만점 해답이다. 천국 점수는 다르다. 만물이 그 정가표를 정확하게 붙여지게 되는 날, 하늘 점수는 몇 점일까?“메네메네 데겔 우바르신”(저울에 달려 모자란다. 망하리라)(단 5:25)이란 준엄한 주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편 사람이 되자.

이동휘목사(바울선교회 대표이사, 전주안디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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