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남녀의 혼성을 반대하는 포스터]
수십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 경찰들은 공공장소에서 남녀간의 분리를 엄격하게 시행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기구인 ‘덕을 장려하고 부도덕을 타파하는 위원회(Commission for the 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에 소속되어있는 종교 경찰들은 거리와 공원, 쇼핑센터를 순찰하며 법을 어긴 사람들을 꾸짖거나 구타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일반 경찰에게 넘겨왔다. 지난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Riyadh)에서 열린 도서 박람회에서 두 명의 남성이 여성 작가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종교 경찰들이 이들을 ‘혼합되다’는 뜻의 ‘이크틸라뜨(ikhtilat)’ 규율을 범한 혐의로 체포하였다. 더 비극적인 경우도 있었는데, 연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이다가 사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우디 사회에서 이렇게 남녀를 분리하는 관습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2009년 말 제다(Jeddah)와 메카(Mecca) 지역의 종교 경찰 수뇌부를 포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무 장관과 종교부 관리들이 ‘이크틸라뜨’가 이슬람법에 명시되지 않은 현대의 규율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자국의 법체계가 이슬람 법인 샤리아(sharia) 법과 보수적인 부족 관습을 혼동하는 실수를 범하였고, 그로 인해 순진한 남녀의 만남이, 친족이 아닌 미혼 남녀가 서로 유혹되어 사악한 짓을 하는 ‘쿨와(khulwa)’의 죄로 해석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그들은 무함마드(Muhammad) 선지자 시대의 아내들이 남성 손님들을 접대했고 현대 사회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가정들은 일상적인 ‘이크틸라뜨’의 형태로 여성 가정부들과 (남성) 운전수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과거 이러한 부류의 사고의 전환은 정부 종교 부처의 몇몇 당국자들의 견해일 뿐이었고, 보수주의자들의 분노를 자아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09년 10월 한 저명한 성직자가 압둘라 국왕이 후원하는 압둘라 왕 과학기술 대학교(King Abdullah University for Science and Technology)의 남녀공학 정책을 비판하여 파면 당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은 정부와 종교계에서 개혁적인 견해가 발표되어도 이상하리만큼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사회 전반에 이러한 주장이 공감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2009년 12월 동부 도시 담맘(Dammam)에서 한 여성이 남성이 타고 있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발각한 종교 경찰이 이 여성을 공중 화장실에서 끌어내어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그녀의 남자 친구는 차를 몰고 도망을 갔는데, 이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 그녀도 차를 몰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적인 종교적 견해가 받아지는 날이 곧 올 지도 모른다. 2009년 11월 제다(Jeddah)에서 12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큰 홍수가 발생했는데, 말락 알 무타이르(Malak al Mutair)라는 십대 소녀가 여성 운전 금지 규율을 무시하고 아버지의 차를 이용해 물에 잠긴 아홉 대의 차량을 견인하고 사람들을 구출하여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당시 어느 누구도 그녀의 운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출처: The Economist, 2010년 1월 7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7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