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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칼럼]국제본부장(IMD) 신고식 언(申告式 言) | 김태현 국제본부장
BY 관리자2016.06.28 19: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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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본부장(IMD) 신고식 언(申告式 言)

김태현 선교사(바울선교회 국제본부장)

 

"충성!"

"바우리 8기 김태현은

바울선교회 정책 2-3-1에 의거,

제4대 바울선교회 국제본부장(IMD)으로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본부장 칼럼’을 처음 대하면서, 본부장 취임인사(신고식 언, 申告式 言) 정도가 적절하다는 판단으로 바우리 가족에게 글을 올립니다.

어느 누구도 공적 직임으로 부르신 ‘소명 증후군’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바울선교회 30년 역사와 맞물려 전 세계 97개국 458명의 선교사를 섬기는 중책을 어찌 부담 없이 짊어질 수가 있으리오! 따라서 이 직무를 앞에 놓고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지난 20여 년을 훌쩍 넘게 ‘자유인’으로 살다가 정연한 질서가 요구되는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난감한 심경을 가지고 성서의 인물(모세)을 끄집어내 저의 ‘증후군’을 진지하게 투영시켜 보기도 했습니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민족적 정의감을 가지고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혈기방장(血氣方壯)한 모세는 거절하시고, 그를 광야로 내몰아 민족 구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양치기로 일생을 방치(?) 하다가, 어느 날 자기의 힘이 빠져 재기할 가망이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광야 서편 떨기나무 불 가운데서 부르신 하나님의 저의는 무엇인가? 모세가 마지막까지 땅을 딛고 의지하고 다녔던 신발도 벗어버리고, 오직 위에 계신 분께만 복종해야 했던 섭리를 묵상하였습니다. 그때, 모세가 절대자의 부르심 앞에서 여러 표면적 변명의 이유를 나열해 보았으나 결국 부르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직 내가 소유한 그 무엇을 가지고 전능자 앞에 서는 자가 아니라, 부르신 자의 전부를 덧입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소명 받은 자의 자세라는 것을 확신하고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하늘 아버지께 더욱 의지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5년 동안의 선교생활을 돌이켜 볼 때 뭘 했다고 내놓을 것이 없고, 오직 주의 자비와 인자로 진멸되지 않은 자에 불과한 자입니다.

 

올해는 바우리 창립 3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어느덧 청년으로 훌쩍 자라게 하신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드립니다. 숱한 곡절과 난관 속에서도 바울(심은 자)과 아볼로(물 주는 자)의 수고와 팀워크를 통해 오늘 여기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바우리의 표층을 약간만 헤집고 봐도 금세 눈에 들어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일생 오로지 선교만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시면서 우리의 모델이 되신 분을 우리의 리더십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큰 축복이며 긍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아가, 선교사(史) 초기부터 헌신적인 후원교회와 여러 이사님들, 본이 되는 여러 선배님들이 우리의 자원(資源)입니다. 그분들의 인내와 헌신을 통해 바우리의 주춧돌이 놓였고 지금까지 지탱해오고 있다고 믿습니다. 실로 우리는 모두 상호 연결된 ‘하나님의 동역자(고전 3:9)’들이요,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고후 6:1)’들입니다.

 

IMD 신고식 언(申告式 言)에 덧붙여 우리 바우리 식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의 하향식 권력이란 절대자를 상징합니다. 한때 한국교회에 흔히 존재했던 ‘주의 종’의 권위는 신적 권위의 대리인을 자처했고 이러한 독단적 권위는 구성원들을 결집하여 끌고 가는데 지대한 힘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 조직의 지도력의 파급효과는 그 시대성과 잘 어우러져 있다고 봅니다. 자타가 인정하듯, 우리 바우리의 가장 큰 긍지는 탁월한 리더십에 있습니다. 이 지도력의 영향력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우리 바우리를 엮고 있습니다. 바우리 리더십의 성질은 ‘힘의 행사’가 아닌 ‘겸손과 온유’ 그리고 ‘섬김(종)’으로 우리 공동체에 녹아있다고 봅니다. 이 지도력의 특성을 채색 옷으로 입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요?

하지만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 조직사회의 각 구성원의 역할과 참여를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오늘의 교회와 선교회의 리더십 환경은 각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팀워크를 통한 참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구성원들의 참여를 활용하는 사회적 구조와 그 상호 관계가 우리 선교회의 원활한 운용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분의 뒷받침과 공헌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상호 공존의식이 없는 조직은 허수아비 리더십으로, 혹은 절대 군주적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할 뿐입니다. ‘폼나게’ 예복을 입고 지휘봉을 들어 휘두르고 있지만, 단원들의 지속적인 불협화음을 인내하면서 들어줄 청중은 없을 것입니다. 결코, IMD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작금의 한국교회 선교 참여 현실을 날씨 예보에 비유한다면 잔뜩 흐리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쨍’하고 비취기를 고대하지만, 현재는 암울한 상황임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신앙의 세속화와 교인의 양적 감소로 ‘선교축소’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칫 기존 선교체제를 무너뜨리는 빅뱅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같은 변혁기에 우리 선교가 살아남기 위한 ‘선교백년지대계’가 세워져 한국선교의 재도약이 약속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우리 바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매듭을 푸는 자세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선교의 시대적 상황이 가져다준 산적한 숙제를 함께 공유하고 풀어가는데 어느 때보다 팀워크가 절실합니다. 선교 한파에서 발만 동동 구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반드시 미래는 우리 편일 것입니다. 교회와 선교에 국지성 호우처럼 쏟아지는 현상이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폭우 후에는 찬란한 햇빛과 함께 더 넓은 초원으로 활보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 시대를 향한 선교적 요구는 절박하지만, 선교를 둘러싼 시대적 환경은 뿌옇게 시야를 흐리는 요소들이 한둘이 아님을 고려할 때, 이 중차대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어 더욱 부담됩니다. 바우리 가족 모두 함께 이 거룩한 사명을 우리 세대에 완성하겠다는 열망을 품고 일심 동력으로 나아갈 것을 호소합니다. 본부장인 저도 ‘약할 때 강함’이라는 역설적인 사도 바울의 고백을 저의 것으로 삼고 세파를 헤쳐나가야겠다고 감히 결심해 봅니다.

 

선교지에서 겪으시는 여러 대소사를 서슴없이 나눠주실 때, 개인의 차원에서 ‘우리’라는 공동체적 지평으로 옮겨 함께 풀어보는 과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표면적으로 옹색한 것 같은 개인의 문제는 우리의 풍성함이 되어 바우리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선교의 남은 과제의 완성을 향하여 우리 함께 엮어가는 바우리 공동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우리 가족 여러분!

본부장 신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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