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이야기  / Mission Story
[간증]혼자 가는 길이 아니야 | 최희란 선교사
BY 관리자2021.12.28 14: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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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간증 – 코로나바이러스 극복기

혼자 가는 길이 아니야

글·최희란 선교사(감비아)
 
“엄마, 머리 아파요.”

아침나절 동안 잘 놀던 은혁(남. 6)이가 엄마 품으로 파고듭니다. 은혁이는 대부분 아플 때 두통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더위를 먹었거나, 아니면 우기가 시작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렇겠지?’ 우선은 큰 병이 아니길 바라며 아이를 눕히고 쉬게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과 다르게 체온은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선교지 입국 후 첫 번째 믿음의 연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021년 4월 아프리카 서쪽 끝 ‘감비아’에 20시간 비행과 20시간 대기시간을 거쳐 입국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얼어붙은 듯 경직되어 있었고, 아직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주위 분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에 선교지 영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또한 주님의 은혜라 생각했습니다. 어려울수록 더 큰 은혜로 붙들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이 땅에 도착한 지 3개월 만에 첫 번째 시련을 맞이한 것입니다. 우선 말라리아 검사를 받았습니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었어야 했지만, 예방약 부작용이 염려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면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방약을 먹이지 않은 것이 내심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말라리아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감사하면서도 열이 오르는 원인을 알 수 없어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기운을 좀 차렸습니다. 식사를 하고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으려는 때에 은별이가 몸을 가누질 못하고 간신히 가는 신음 소리만 내며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다음날 저희가 머물던 WEC 게스트하우스 내 스위스 선교팀에서 2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코로나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공교롭게도 이슬람 최대 명절인 ‘토바스키(희생절)’ 연휴 기간 이어서 검사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어찌 다른 선교사님의 소개로 직원 한 분이 저희 숙소에 찾아와 주셔서 간이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나오는데도 또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은별이는 열이 내렸고, 음성을 받았습니다. 은혁이만 양성이 나왔습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은별이는 음성, 은혁이 혼자서 난생처음 들어본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여전히 체온은 39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먼저 미안함과 안쓰러움으로 약해지는 마음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남편은 주위에 기도 부탁을 드리고 저는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혁이가 열이 나고 일주일이 되었을 때, 감비아 보건국에서 급증하는 확진자들로 인해 거리 두기 및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델타 바이러스’의 출현과 함께 감비아 내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였습니다. 은혁이는 하루 정도 고열에 시달리고, 다음날은 조금 내려서 미열에 머무르기를 반복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비타민을 먹이고, 어떤 항생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주위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러다 조금 두통이 나아지면 은혁이가 호흡기 치료기를 마이크 삼아 엄마와 노래를 하곤 했습니다.

 

“기쁜 생각 머리에 차고, 기쁜 생각들을 머리에 그려, 아~ 기쁜 생각을 해봐, 난 혼자가 아냐.  우리 같이 할 수 있을 거 같애.  외로움 싫어. 기쁨을 향해 소리를 외쳐봐. 아~ 외로움이 잊고. 나와 함께 기쁨을 생각해봐.” - 난 혼자가 아니야 -김은혁 작사·작곡

 

잘 싸워내는 은혁이가 대견했고, 부르는 노래의 노랫말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열이 오르고 한국에서부터 앓았던 천식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태가 며칠 동안 반복됐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은혁이 몸속에선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치열한 싸움이, 부모의 마음엔 영적 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어떤 약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이가 고열로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나는 주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는가?’ ‘이제 시작일 뿐인데 앞으로 더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 속에서 아이들을 힘들게 할 텐데 그때에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 더 보람되고 더 귀한 사역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듯 그 시간 우리 가족은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찾아오는 수많은 흔들림들과 온몸으로 싸워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은 된 것 같은 2주간의 시간을 돌아보니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었던 것을 깨닫습니다. 마침 가까이 계시던 한인 선교사님들도 한국으로 떠나신 상황이었던 탓에 오롯이 우리 가족은 하나님만 의지한 채 그 시간을 싸워내야 했습니다. 아마도 이 땅에 선교사로 정착하는데 다른 어떤 수단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고, 기도의 응원을 의지하라는 하나님의 훈련 코스였던 것을 깨닫습니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오늘 하나님의 은혜를 나눌 수 있게 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지쳐 가던 어느 날, 은혁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엄마, 오늘 밤에도 열이 많이 나면 어떡하지? 머리 아픈 게 너무 힘들어” “응 많이 아프지? 그런데 은혁아, 엄마도 은혁이처럼, 감비아에 오기 전에 많이 두려웠어. 그리고 그때마다 그걸 하나님께 물어보고 도와주시길 기도했어. 그러면 하나님이 응답해 주셨어. 하나님이 항상 은혁이랑 함께 계신다고 했으니까 우리 두려워 말자.” 저는 이렇게 대답하며, ‘내가 겪는 두려움은,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낸 간증이 아이가 힘들 때 길잡이가 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두려움을 도전으로 바꿔줄 수 있는 간증을 가진 부모 선교사가 되어야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은혁이는 보름 정도 열이 오르내리더니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며칠 뒤 검사에서 음성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보름 남짓 시간 동안 감비아 쌍둥이네 가족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지금은 머무르던 곳을 벗어나 대서양 바닷가 마을에서 다시 한번 정착 훈련에 돌입해 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며 지난 시간 두 주간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돌아보니 우리 가족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과 열방 곳곳에 계신 기도의 후원자들께서 마음을 모아 응원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것을 경험했기에 새로운 도전 앞에서 조금 더 대범하게 조금 더 감사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선교지에 정착하기도 전에 큰 기도의 짐을 드려 죄송한 마음이 있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물질의 후원으로 격려해 주셔서 비타민과 항생제 등을 구입해서 복용하고 또 주위에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들어선 선교의 자리에 문지방을 넘자마자 귀한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이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주님이 보내신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이 항상 함께 가는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주님께 드립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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