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이야기  / Mission Story
[간증]겸손히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 | 정원선 선교사
BY 관리자2021.04.20 16: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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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안식년을 마치며

겸손히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

글·정원선 선교사(조지아)

 

드디어 길었던 안식년이 끝났습니다. 1년 9개월의 시간은 제 예상과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이끌어가심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고 겸손히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2018년 초부터 어떤 상황이 되면 갑자기 숨쉬기가 어렵고 갇힌 공간이나 막힌 곳에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설거지하면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싱크대가 답답하게 느껴져서 밤에 집 밖으로 뛰쳐나간 적도 있었고 방의 불을 끄거나 문을 닫을 수 없고 방 안에서 잠도 잘 수가 없어 거실에서 불을 켜고 밤을 꼬박 지새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조지아에서 미국 선교사 일가족이 살해를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은 엄청난 이슈로 연일 보도되었습니다. 그 사건 현장은 정말 평온하게 보이는 조지아 초원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초원과 계곡의 멋진 풍경이 저에게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숨이 막히고 두렵게만 느껴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면서 저는 안식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족과 함께 2019년 수련회를 시작으로 안식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나온 것은 4년 만이었고 안식년은 6년 만에 갖게 되면서 저는 나름의 기대와 많은 계획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과 더불어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실컷 만나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하며 영적, 육적, 정서적인 면을 회복하고 다시 선교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계획은 첫 6개월은 건강검진을 받고 그냥 쉬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고 나머지 6개월 동안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면서 저 자신을 선교사로서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습니다. 계획대로 첫 6개월은 그냥 쉬고 여행 다니며 저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계획들은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COVID19로 인해 상당 부분은 해보지도 못한 채 안식년이 끝나버렸습니다. 사실 저의 첫 안식년도 쌍둥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는 시간으로 보냈기 때문에 이번 안식년에 기대도 많았는데 조금은 실망이 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여러 가지 선물들을 허락하셨습니다.

 

첫 번째로는 충분한 쉼을 주셨습니다. 한국에서 오래 있으면서 자연스레 저의 몸은 많이 회복되었고 숨을 못 쉬거나 답답한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조지아에서 힘든 증상이 나타났던 장소만 떠올려도 갑갑해지고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하나님께서는 항상 저를 기다려주셨습니다. 무엇이든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순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선교사로 헌신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제가 회복되고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셨습니다. 조지아에서는 매달 한 번씩 입국 제한조치를 연장하는 것을 발표하였고 한달 한달 들어갈 날을 기다리면서 어느 순간 저도 조지아를 그리워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2년 가까이 지내면서 조지아어를 거의 잊어버렸음에도 그곳을 그리워하고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고 매일 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봅니다. 어느덧 저희 가족에게는 그곳이 집이고 돌아가야 할 곳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오랫동안 지내면서 하나님께서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지낼 곳을 예비해주셨습니다. 여러 곳에 옮겨 다녔지만 다니는 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고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예비 하심을 경험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나미스 선교관에서 몇 주간 지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늘 도시에서만 지내다 양평에서 지내게 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저희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나 축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있는 동안 눈이 많이 왔는데 큰 창을 통해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눈싸움도 하고 길에서 고라니도 만났으며 근처에 있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도 다녔고 좋은 공기도 실컷 마실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 누우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그곳에 계셨던 분들도 생각나고 제가 자주 먹을 것을 주어서인지 저만 지나가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진돗개 두 마리도 보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곳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식년을 통해 우리가 어디를 가든 어디에 머물든 다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선교지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경험하고 깨닫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저를 더 겸손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조지아만큼 비자가 쉬운 나라는 전 세계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죄송하게도 이 문제로 고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러한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되자 어느 나라보다도 굳게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모든 국경을 막았고 비행편도 모두 끊겨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안식년을 떠나기 전 저랑 친한 선교사님 한 분이 농담으로 다시 꼭 돌아와야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지아에 못 들어가는 기간이 지속되면서 그때는 무심코 넘겼던 그 말이 생각났습니다.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선교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조지아는 외국인에게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비즈니스맨들에게만 입국을 허가해 줍니다. 저희가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 있었습니다. 조지아 거주 한인 20명에게만 조지아 외교부에서 입국을 허락해주었는데 모두 선교사들입니다.

 

길고 길었던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다시 저희를 불러주신 그 땅으로, 저희 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절망적으로만 보였던 코로나라는 거대한 장벽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그분의 능력은 제한이 없으시기에 어떻게 또 다른 방법으로 역사하실지, 저희 가족에게 행하실 일들과 주신 비전들을 어떻게 성취해 나가실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금이 어렵다 한들 예수님의 시대보다 더하겠냐는 이동휘 목사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코로나 상황이라서 아무것도 못 한다가 아니라 코로나를 통해 새롭게 역사하실 그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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