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본부  /  Headquarter
[본부장칼럼]불임사회(不妊社會)의 도상(道上)에서 | 김태현 국제본부장
BY 관리자2019.04.29 17:57:06
16330

국제본부장 칼럼
불임사회(不妊社會)의 도상(道上)에서
김태현 선교사

 

"즐거워하여라. 아기 못 낳는 여인이여, 소리 높여 외쳐라. 해산의 고통을 모르는 여인이여, 홀로 사는 여인의 자녀가 남편 있는 여인의 자녀보다 더 많으리라."(갈 4:27)

 

'불임 사회(barren society)'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분명 암울(暗鬱)하다. 여러 사회적 지표는 오늘 우리 사회가 불임 사회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말의 문자적 의미가 풍기는 결은 침울한 색채를 띠지만, 다행히도 그 말씀의 속내는 절망에서 소망으로 이어주는 선언적 계시다. 7월에 열리는 전체수련회 주제: "우리의 장막 터-더 넓게, 더 길게, 더 굳게"의 배경 말씀이 이사야 54:1-3이다. 이번 호에는 '구로치 못한 여인'을 은유(隱喩)로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 보고, 다음 호에는 희망과 비전을 담아보는 칼럼을 써보려 한다.

 

한국 사회

올해 벽두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데, 각종 포털사이트가 이 발표를 다룬 기사들에 '좋아요'보다 '화나요'를 누른 시큰둥한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보도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에 진입했다는 수량적 사실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말끔히 몰아낼 수 없나 보다. 여전히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이고, 출산율은 꼴찌이며,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한국은 50위권을 맴돈다.
지난해(2018) 합계 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밑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7년 1.05명으로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지난해에는 1.0명 선마저 무너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68명(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최하위다.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없다. 앞으로도 출산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의 총인구 감소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한겨레 2019-02-29 일자 인용)
겉 포장과는 다르게 오늘 한국 사회는 '잉태하지 못하여 산고를 겪지 못한 여인'(사 54:1)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각 언론은 한국 사회를 향하여 다음과 같은 훈수를 빼놓지 않는다. "국가 존립을 위해 새판을 짠다는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암울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젊은이들에게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가는 다방면의 사회·생물학적 분석의 영역으로 그 숙제를 미뤄두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누구도 언급할 수도 없는 시대적 영적 분별력이다. 아이들의 놀이가 끊긴 거리의 적막함,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는 소망이 없다. 생명의 단절은 인류가 피해야 할 묵시록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이사야의 예언적 묵시를 들을 수만 있다면 그게 복음이다.
"잉태하지 못하며 출산하지 못한 너는 노래할지어다 산고를 겪지 못한 너는 외쳐 노래할지어다…"(사 54:1)

 

한국 교회

그러면 오늘 한국교회에는 산고(産苦)의 부르짖음이 들리는가? 교회 내부의 체감 현실은 완연한 수적 감소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새 신자가 드물고 기존 숫자 유지도 버거운 실정이다. 제도교회 바깥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가나안 성도'의 증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존 교회로부터 신자 엑소더스(Exodus)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교회 안에 구로(勞-birth pain) 하는 일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일마다 일어나고 있는가? 사도행전 초기교회는 날마다 생산(生産-구원)이 매일 일어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7) 과연 오늘 한국교회는 많은 자식을 기대할 수 있는가? 어린이 주일학교 없는 교회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반증하는가? 이것이 오늘의 교회를 향한 "구로치 못한 여인이여, 생산치 못한 여인"이란 말이 아닌가? 교회 부흥(확장)이 아닌, 감소율을 걱정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본부 사역을 하면서 한국교회의 서구 유럽교회적 포스트 모더니즘의 빠른 답습 현상을 보며 깊은 우려로 지내고 있다.
선교 열정과 교회 부흥은 언제나 같이 간다. 어느 한쪽만 강하고, 어느 한쪽만 약하지 않다. 부부의 운명이 가장 적절한 예다. DNA 나선형의 이중구조와 같다. 공동운명이다. 교회와 선교가 그렇다. 오늘 한국교회가 생존을 위한 자체 '단도리'를 하면서 교회 울타리 밖, 선교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쉽고, 안전한 교회 운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침식된다는 사실에 대한 감(感)은 얼른 오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만 단단히 죄면 된다는 판단으로 우선 선교비부터 정리하는 식이다. 교회 예산 삭감 1순위가 선교예산이란다.

 

한국 선교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한국 선교 운동 동향 2019 보고서'에 발표한 한국 선교계 현황에 대한 최신 보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2018년 12월 말 기준) 146개 국가에 총 21,378명의 한인 선교사가 파송됐다. 지난해 통계(21,220명)와 비교하면 고작 0.74%의 증가율이다. 2017년(21,075명) 역시 증가율은 1% 미만이었다. 이번에도 1% 미만의 증가율을 보였다. 사실상 정체 상태다. 1990년대 파송 선교사 증가율은 무려 35%에 달했다. 10여 년 전(2006년)까지만 해도 선교사 파송 증가율은 15%였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들어 2014년(증가율 1.9%), 2015년(1.01%), 2016년(1.94%) 등 급격히 증가율이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해외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154개 단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선교 단체의 회원 선교사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선교 단체 중 26곳의 회원 선교사가 감소했다. 59곳만 현상을 유지했다. 즉, 절반 이상의 선교 단체가 회원 수가 겨우 유지됐거나 감소한 셈이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교인 수가 감소하고 있고, 이는 선교 현장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는 동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나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불임 사회로 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불임 사회의 도상에 서 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절망이다. 그러나 절망으로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불임 사회에 주는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는 다음 호로 그 바통을 넘긴다.

 

국제본부장 김태현

추천 소스보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