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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칼럼]기해년 아침 단상에 부쳐 | 김태현 국제본부장
BY 관리자2019.01.22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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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본부장 칼럼
기해년 아침 단상에 부쳐
김태현 선교사(바울선교회 국제본부장)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민중 시인 이성부 <봄>의 첫 소절이다. 기해년 새해도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왔다. 시인이 노래하듯, 나에게 찾아온 새해를 언제나 설렘으로 맞이하고 싶다. 좁은 개울 저편과 이편이 크게 다르지 않듯 해가 바뀐다고 별로 달라질 게 없는데,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다짐하고 뭔가를 기대한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래. 이제 다시 하얀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써가며 여백을 채워가듯 우리에게 주어진 새해의 시간도 그러할 것이다. 과거의 실수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다가온 새해를 맞아 우리의 창조자를 예배하듯 몇 번이고 옷깃을 여미며, 마음을 가다듬고 새해 아침을 맞이한다. 반복되는 인간사이지만 어느 순간을 포착하여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늘의 선교환경을 읽고, 미래로 훌쩍 건너가 현재를 보는 카이로스적 시각을 사유(思惟)해야 할 시간이다. 단순히 희망과 비관을 쏟아내는 직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전능자의 비전과 능력을 덧씌우는 긍정적 표현으로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야지 않을까! 이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아무리 암울해도 "예수께서 저희를 보시며 가라사대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6) 라고 기록한 마태의 경험과 우리 마음을 포갤 수 있는 이유이다. 여기 우리는,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선교환경의 족쇄를 풀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이미 카이로스의 도전 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이쯤 해서 새해를 맞아 어쭙잖은 인문학적 성찰을 중단하고 본부장의 임무를 드러내야 한다. 왜냐면 연초에 '바울선교' 지면을 이용하여 '우리 앞에 놓인 일'을 홍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바우리 현지 선교인력 동원 체제 강화

바우리는 일찍이 선교인력 동원의 현지화 시스템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지난 10여 년이 훨씬 넘게 몸을 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84명의 현지인 선교사가 전 세계 2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규모로 볼 때 방만한 행정에서 벗어나 현지인 선교사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한 선교행정이 대두되게 되었다. 현지인 선교사 시스템의 유기적인 선교행정의 통일성을 목표로 올해부터는 현지인 선교사 본부를 국제본부장 직할로 '현지인 선교본부 팀장'을 두어 한국선교 행정과 대칭되는 구조로 선교 행정을 시행하고자 한다. 현지인 선교 본부는 처음부터 산실 역할 하고 있는 필리핀 OMOC 건물과 공유하려 한다. 요사이 한국 선교단체 소속 단체들이 선교인력 동원이 어려워 선교사 모집이 어렵다며 비관적인 톤이 대세다. 그러나 하나님의 필드는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쪽이 '열린문'이 되는 법이다. 따라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귀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세계선교에 전심으로 헌신 된 교회와 사람들이다. 감히 선포한다. 현지인 선교동원을 위한 "때(카이로스)가 찼다." (마가복음 1:15)

 

바우리 새순 가꾸기

바우리의 후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를 이어 새순이 돋는 일이다. 생명은 언제나 끝자락에서 나오고, 곧 열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울선교회 41기가 13개월의 국내 해외 훈련을 마치고 지난 11월 14일 파송을 받았다. 이전에 바우리 파송 선교사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원했던 체제가 바뀌면서 우리의 믿음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몇몇 선배 선교사와 본부 간사가 자기의 필요도 급하지만, 자신의 적은 생활비를 쪼개어 41기 신임들에 후원하는 아름다운 모델도 있어 고무적이다. 극한 가난과 환란 가운데도 아낌없는 연보로 예루살렘교회와 고통을 분담한 마게도냐교회의 모델이 우리 동료 가운데도 일어나고 있다. 여러 세속적인 난삽함으로 얽혀 있는 한국선교에 바우리의 모델이 간증으로 남았으면 한다.

 

바우리 한마당 잔치

올해는 바우리 전체 수련회(2019.7.15~19)가 있는 해이다. 대내외적 난기류에도 불구하고 바우리 '믿음 정신'의 벨트(제트기류)가 흩트려지지 않고, 더욱 강한 기류를 형성하여 계획했던 수련회를 진행할 것이다. 바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믿음의 용사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 경주를 함께 치러나갈 것으로 믿는다. 현장에서 지치고 시달린 선교사들이 회복하고 치유할 기회에 많은 '까마귀'들이 날아들 것이다. 단순히 시간이 되어 고국으로 들어오는 타성적인 참여가 아니라, 우리 각자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깊은 만족으로 표현되는 잔치를 기대한다.

 

'선교전주'가 전체수련회 직전 주간에 열린다. 2년마다 젊은이들을 동원하여, 바우리 현장 선교사들이 그룹 멘토로 섬기는 3박 4일간의 일정은 전주 지역 젊은이들에게 선교적 방향 제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선교한국'과 더불어 '선교전주'가 대칭적 관심 속에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젊은이들이 '가나안' 성도화 되어가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선교전주'의 사명과 역할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 32년간 우리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열방에 그리스도를 전하게 하려고 우리를 불러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오게 하신 섬김의 기회가 인생으로 얼마나 큰 특권이며 보람인가! 그러나 이 길은 정해진 비단길이 아니라, 물과 불을 통과해야 하는 광야 길이었다. 광야를 통과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모세가 표현한 믿음은 "이 사십 년 동안에 네 의복이 해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릍지 아니하였느니라"(신 8:4)고 증언한다. 우리의 삶이 그랬다. 지나온 과정들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그분의 손길만 남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광야 노정에 물과 떡을 제공하고 우리의 선교 여정을 보살펴 주시는 후원교회,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를 떠나 버리는 것은 소멸이고,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소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소멸은 반드시 손실이 아니고 우리의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완성해 줄 것이다. 기해년 봄날에도 어김없이 새싹은 움틀 것이다. 새해를 맞아 다시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과 함께 힘차게 출발해 보자.
Happy New Year!


국제본부장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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