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s Letter
생명의 말씀을 온누리에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국가적으로 고난을 당하고 교회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인자와 신실을 베푸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만물을 충만케 하는 역사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한 해를 뒤로 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주의 인자하심과 신실하심으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은혜가 여러분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모든 상황을 초월한 예배와 교제
예배와 모임이 제한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저희 아프리카 형제들은 방역과 거리두기를 지키며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공동체 중심의 사회에서 성장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 되고자 하는 동결의식이 있습니다. 특별히 신앙 중심의 공동체성이 강화된 저희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예배와 교제를 통해 서로 사랑을 표현하고 주의 몸 된 교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더욱 가까이하고자 모든 상황을 뚫고 예배하는 형제들에게 복음과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나누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국가들의 봉쇄로 인해 하늘길마저 규제되고 있어 고국 방문조차 못 하는 상황 속에서 형제들은 하늘 본향 아버지 집을 더욱 사모하며 가족들의 그리움을 삭이는 듯합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보다 멤버 케어에 언택트와 컨택트를 오가며 형제들을 챙기게 됩니다. 복음을 전하고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게 하시는 모든 일은 주님이 하십니다. 그저 무익한 종은 형제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과 신실하심을 보며 감사의 제물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나그네 된 가난한 심령들을 위하여 주님의 심장과 손과 발이 되어 주신 모든 분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공동체 소식 & 형제자매들의 동정.
지난 3개월은 감당할 수 없는 일들과 감당하게 하시는 은혜가 격동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 10월 9일 새벽 2시 나이지리아 형제 존이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평소 고혈압으로 두통이 심했는데도 너무 조용한 성격 탓에 동두천 형제들과도 교류가 없었던 존에게 우리의 도움은 가깝고도 멀었던 것 같습니다. 존을 잃고 망연자실했던 우리는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가 주님 품에 있음을 신뢰하며 그의 시신을 나이지리아 고향에 보내는 일에 합법한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존의 부족 공동체인 아비아 형제들이 나서서 기꺼이 헌신했습니다. 병원과 나이지리아 대사관과 가족과 부족들을 오가며 한 달 넘게 모든 일을 도맡아 11월 둘째 주에 존은 고향 나이지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많은 재정을 아비아 부족 형제들이 감당했고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보탰습니다. 존의 장례를 위해 애도와 사랑으로 하나 된 공동체를 보며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존을 타국에서 고생만 하다 죽은 형제가 아닌 주께서 사랑하셔서 주님의 때에 주 품에 안긴 우리의 지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에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2) 형제들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잃었습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이 고향인 필립의 쌍둥이 여동생이 목숨을 잃었고 나이지리아 다니엘의 남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이들은 기저질환이 있었던 코로나 희생자들입니다, 우리는 형제들을 위로하며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가족을 잃었어도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형제들의 마음이 너무 슬프고 아팠지만, 이 와중에 장례비와 병원비를 독촉하는 현지 가족들의 성화는 더 지독한 현실이었습니다. 형제들과 마음을 나누며 감당할 은혜를 구했습니다.
3) 필립은 현재 난민 신청자로 서울행정법원에 서울 출입국 외국인청장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건으로 소송 중에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넘어 인종학살에 가까운 잔인한 현실을 도망쳐 덴마크로 갔다가 한국에 온 그는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이미 대부분의 나이지리아 형제들이 패소해서 난민인정이 어렵겠지만 6개월 체류 연장을 받고 마치 6년처럼 살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로 가는 길 위에서도 형제는 묵묵히 삶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주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구합니다.
4) 이스라엘 &프레셔스는 컨테이너 물건 창고가 없어 한국인과 결혼한 알몬드 형제의 창고 귀퉁이에 물건을 보관하며 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물량이 많아지자 알몬드 부인에게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창고를 얻을만한 자금도 역부족인데다 모아둔 물건들을 옮길 장소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알몬드와 절충하여 타협점을 찾아 서로 도울 수 있길 기도합니다. 모두 코로나 여파로 컨테이너 사업에 차질이 와 어려움을 겪는 현실입니다.
5) 안산의 한 후원자 가정이 마크&아그네스의 두 살 된 딸 마리아나를 위해 자녀가 쓰던 유아용품과 옷들을 깨끗하게 손질하여 선물해 주었습니다. 송탄에 사는 이들에게 전달해주며 모두에게 감사와 기쁨이 넘쳤습니다. 기도와 후원뿐 아닌 사랑과 진심이 담긴 정성스러운 물품들 또한 형제들에게 주안에서 가족애를 느끼게 합니다. 맞벌이하며 아이를 기르는 이들에게 같은 부모 마음으로 섬겨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형제들은 저의 경험과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삶의 괴리감을 직면하며 신앙에 투혼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더욱 낮아집니다. 그리고 이들을 섬기는 것은 제가 아니라 도리어 이들이 저를 가르치고 섬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말로만 전하는 복음이 아닌 전하는 그 복음이 생명의 효력으로 나타나길 기도합니다. 우리 안에 계신 주님만이 저와 형제들의 진정한 복음이요 생명이십니다.
영원한 현재 가운데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보내다.
나이지리아 형제 존을 보내는 슬픔 가운데 추수감사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또 영하 20도에 이른 가장 추운 날에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모든 상황과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현재 속에 드려진 절기예배를 통해 주의 인자하심을 높이 찬양했습니다. 주님 오실 날을 사모하며 허리를 동이고 거짓 없는 사랑으로 새해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주의 사랑이 여러분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부족한 종이 충성스럽게 사명을 다하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2월 28일
파주에서, 아프리카 형제들과 함께 방은혜 드림.
< 기도 제목 >
- 주의 인자하심과 신실하심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소망하게 하소서.
- 코로나 팬더믹 가운데에서도 이주민 공동체가 견고히 세워지게 하소서.
- 파주 아프리칸 형제들의 영성과 건강과 일터를 위해서.
- 동역하는 목사님과 성령과 진리 안에서 하나되어 섬기기를.
- 건강관리를 지혜롭게 하여 주의 일에 부족함이 없도록.